성인 건강을 미리 알아보는 영유아 건강검진

 

 

몸도 제대로 가누는 아이들에게 건강검진이라고? 얼핏 들으면 말도 안 되는 이야기처럼 들린다. 피를 뽑고 검사 종류도 한두 가지가 아니고 경우에 따라서는 내시경검사도 해야 하는 검진 과정을 아이들이 버틸 수 있을까 싶기도 하다.

그러나 오해하지는 말자. 2007년 이후 아이를 낳아 기른 부모라면 알 수 있겠지만, 영유아 건강검진은 성인들의 검진과 달리 영유아가 충분히 감당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검진이다. 성장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체중과 신장, 두위 등의 신체 계측을 하고, 발달평가 및 육아교육을 하기 위해 부모가 문진표를 작성한 후 진찰과 상담을 하는 정도가 전부다. 다만 그렇다보니 시행 초기에는 고작 문진과 상담, 몇 가지 측정치만으로 제대로 된 검진이 되겠냐는 의문이 많기도 했다. 지금이야 그런 이야기가 별로 나오지 않기는 하지만 예방접종처럼 당연히 해야 하는 과정으로만 생각할 뿐, 영유아 검진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서는 충분히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

 

우선 성인에서는 당뇨, 고혈압 같은 질병이나 암 등이 아직 증세를 나타내기 전에 미리 찾아내는 것이 검진의 목적이기 때문에 피검사, 소변검사 같은 검사 위주의 검진을 하게 되지만, 영유아기는 평생에 걸쳐 가장 빠른 성장과 발달을 보이는 기간이면서 상대적으로 질병에 의한 사망이 적은 시기이다(영유아기의 5대 사망 원인 중 1, 3, 5위가 안전사고이고 2, 4위가 선천성 질환임). 따라서 이 시기에는 숨어 있는 질병을 찾아내기 위한 피검사, 소변검사 같은 검사 위주의 검진보다는 이 시기의 특징에 맞춘 검진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일생 중 가장 빠른 성장과 발달이 진행되는 시기이므로 성장, 발달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주기적으로 추적 관리해 주고, 동시에 보호자에게는 안전사고예방 교육과 영양 교육 등 육아지도와 함께 아이의 나이에 따라 다른 건강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또한 신체 진찰을 통해 시각, 청각이상 등 신체에 이상이 없는지도 확인해 준다.

영유아 건강검진의 가치는 바로 여기에 있다. 애초에 영유아 건강검진 사업을 시작했을 때 당시 주관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영유아 건강검진 사업이 영유아의 건강관리를 위한 예방이자 자가 관리를 고양시키기 위한 취지에서 시행했다고 밝힌 바 있다. 질병을 발견하는 목적이 아니라 건강에 위협이 되는 요소들을 사전에 파악하고 스스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라는 이야기다.

소아과 전문의들이 영유아 건강검진을 높게 평가하는 이유가 바로 이러한 예방적 성격 때문이다. 실제로 현대인들의 건강 문제 중에서 가장 화두가 되는 것이 비만이다. 비만은 고혈압, 당뇨, 심혈관계 질환 등 각종 성인병을 야기 시키는 원인임은 널리 알려졌다. 문제는 이 비만이 최근 소아들에게도 심각한 건강상의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한소아과학회와 질병관리본부에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소아청소년의 과체중과 비만이 이전에 비해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성인비만으로 이어진다. 비만을 치료하려면 가장 먼저 식생활을 포함한 생활습관을 개선해야 한다. 식단과 식사습관만 제대로 바꿔도 치료할 수 있는 것이 비만이다. 이러한 습관이 형성되는 시기가 바로 영유아기다. 따라서 부모가 아이의 상태를 구체적으로 알고 이에 적합한 올바른 영양 및 생활습관 정보를 알고 있다면 매우 효과적으로 비만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영유아 건강검진사업의 또 다른 의미는 바로 ‘안전사고 예방’이다. 통계청 자료에서 드러났듯이, 영유아의 5대 사망률의 대부분이 안전사고이고 선천성 기형을 제외하고는 영유아 사망원인에서 질병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여, 질병을 찾아내려는 혈액이나 소변 검사 등을 굳이 하지 않는 대신 부모에게 안전사고에 대한 예방차원의 육아지도를 실시하고 있다. 미국, 영국 등 다른 나라에서도 무증상 영유아에게 건강 검진으로 혈액검사나 소변검사를 권고하지 않고 있다.

결국 영유아 건강검진의 진정한 의의는 임상검사, 또는 방사선 검사 위주로 구성된 기존의 검진 체계에 공중보건과 예방의학적 개념을 강화시킨 국가 검진을 도입한 것이다. ‘질병을 조기에 발견하여 치료한다’가 아니라 ‘질병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한다’는 개념이 더 강한 것이다. 특히 선진국형 저출산, 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우리나라로서는 노년까지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생활습관을 형성하여 만성질환이나 성인병을 근본적으로 예방해야 할 필요가 있다. 영유아 건강검진은 평생 건강의 첫 걸음인 것이다.

출처 : 국민건강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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