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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여행

한국관광공사 선정 '우아하게 시간을 잃다, 제주 중산간 버스여행'(부야한의원태양인이제마한의원)

by 체질이야기 2019. 9. 19.

발행호 486 호


2017.11.07

우아하게 시간을 잃다, 제주 중산간 버스여행

‘천천히 보아야 깊게 볼 수 있다’

몇 번 제주를 찾았지만, 이 단순한 진리를 늘 잊고 있었다. 자동차를 타고 가면서 맹렬하게 달려들던 풍경을 하나라도 더 눈에 담으려 애썼다. 또다시 제주에 왔고, 버스를 탔다. 마침 중산간의 이곳저곳을 넘나드는 순환버스가 다니기 시작한 터였다. 언제 올지 모를 버스를 기다리고, 내리고 싶은 곳에 내려 걷고, 천천히 움직였다. 차로 다닐 때는 보지 못했던 것들이 시간을 훔치기 시작했다. 그렇게 제주의 한복판에서 우아하게 시간을 잃었다.

글, 사진 박은경

제주 중산간 버스여행

제주공항에 도착해 출구를 나섰다. 제주도 전역을 연결하는 버스가 저마다 정류소로 들어서고 있었다. 제주에 버스가 이렇게 많은지 처음 알았다. 제주여행을 위해 늘 가장 먼저 한 일은 차 렌트였다.

동부 관광지 순환버스를 타기 위해 대천환승센터로 가는 버스를 찾았다. 관광지 순환버스는 최근 제주도의 대중교통 개편과 함께 첫 시동을 걸었다. 중산간의 명소를 동부와 서부로 나눠 운행하는데 동부는 제주시 구좌읍 대천환승센터에서, 서부는 서귀포시 안덕면 동광환승센터에서 시작한다.

제주공항에서 빨간색 급행버스를 타면 관광지 순환버스가 출발하는 환승센터까지 데려다준다

관광안내센터에 물어 빨간색 120-2번 급행버스에 올랐다. 공항을 빠져나간 버스는 지붕 낮은 농가와 말 방목지, 삼나무 숲 등을 곁눈질하며 부지런히 달렸다. ‘와, 제주다’를 새삼스럽게 실감하며 넋을 놓고 있는데 대천환승센터에 곧 도착한다는 안내방송이 들렸다. 시계를 보니 공항에서 출발한 지 1시간쯤 지나 있었다.

한적한 제주 중산간 마을. 얼기설기 쌓인 검은 돌담 사이로 부는 바람은 촉감부터 다르다

버스에서 내려 먼저 노선과 시간표를 확인했다. 관광지 순환버스는 각각의 환승센터를 기·종점으로 양방향 순환한다. 동부 관광지 순환버스는 중산간의 숲과 오름을 따라 움직였다. 왼쪽이나 오른쪽, 어디를 들머리로 삼아도 결국엔 제주의 자연을 껴안는 여정이었다. 테마파크와 박물관 위주로 돌아다니는 서부 관광지 순환버스와는 확연히 다른 코스였다.

어차피 제자리로 온다는 생각에 무작정 먼저 도착하는 버스를 타려다가 마음을 바꿨다. 순전히 억새 때문이었다. 가을이 내린 제주는 지천에서 억새가 넘실대고 있었다. 이제 막 은빛 옷으로 갈아입은 오름도 바람에 맞춰 춤사위를 벌일 참이다. 언젠가 보았던 사진작가 김영갑의 용눈이오름 사진이 떠올랐다.

짐을 챙겨 ‘세화 방향’ 정류장으로 향했다. 여기서 출발하는 동부 관광지 순환버스는 노선을 반시계방향으로 한 바퀴 돌아온다. 거슨세미오름을 시작으로 아부오름, 다랑쉬오름, 용눈이오름 등이 줄줄이 이어져 오름 여행에 먼저 나서기 좋다.

서귀포 동광환승센터와 인근 풍경. 서부 중산간의 명소를 한 바퀴 도는 서부 관광지 순환버스가 여기서 출발한다

오름과 오름을 이어 달리다

“아부오름은 굼부리 내부에 삼나무가 둥글게 심어져 있습니다. 조망하는 위치에 따라 하트 모양으로 보이기도 한다는데 직접 확인해보세요”

동부 관광지 순환버스는 출발한 지 10분쯤 지나 아부오름 앞 정류장에 다다랐다. 국내여행안내사 자격증을 가진 교통관광 도우미가 함께 타 설명을 곁들여주니 없던 관심도 스르르 생겨난다. 호기심을 잠시 접어두고 버스 창밖으로 눈길을 돌렸다. 오름과 오름이 이어 달리듯 연달아 펼쳐졌다. 그 틈으로 제주의 너그러운 정서를 닮은 들녘이 요리조리 뻗어났다.

오름과 오름을 잇는 동부 관광지 순환버스

버스는 다랑쉬오름을 지나 용눈이오름 곁에 멈춰 섰다. 버스에서 내려 용눈이오름을 올랐다. 아무렇게나 풀어놓은 말들이 풀을 뜯고 있었다. 군데군데 말똥과 흙이 함께 섞여 도무지 어디를 밟아야 좋을지 모를 상황에 놓이기도 했다. 그런데 그게 하나도 싫지가 않았다. 부드러운 흙을 덮어버린 콘크리트가 훨씬 위협적으로 느껴졌다.

용눈이오름 들목에서 자유롭게 노니는 말들

억새 물결이 시야를 가득 메우는 용눈이오름 탐방로

오름의 매력은 미묘하게 휘는 산등성이의 곡선에 있다. 오르기 적당한 경사도 장점이다. 용눈이오름도 그랬다. 오름과 호흡을 주고받으며 30분 남짓 걷다 보니 어느덧 정상이었다. 걷다가 멈춰 한 번씩 뒤를 바라보는 버릇이 있는데 그때마다 은빛 억새가 화려한 군무를 추어댔다. 정상에 앉아 봉긋봉긋하게 솟은 오름의 파도를 한참 동안 감상했다. 억새처럼 마음이 너울거렸다. 동쪽 멀리 보이는 성산일출봉이 신기루처럼 느껴졌다.

제주에는 아이들이 맘 놓고 걸을 만한 오름이 제법 많다. 용눈이오름도 그중 하나다

오른 길을 되짚어 내려가는 길, 느려진 발걸음이 더욱 느려졌다. 시간이 지나 달라진 풍경을 살피는 일이 즐거웠다. 오를 때 놓친 송당마을도 보였다. 볕이 한 발짝 비껴간 마을은 불 꺼진 무대의 배우 같았다.

오름 사이에서 시간을 잃다

용눈이오름에서 내려와 관광지 순환버스를 다시 타고 비자림으로 갔다. 수령 500~800년 된 비자나무 2800여 그루가 하늘을 가리고 울창하게 서 있었다. 고개를 아무리 젖혀도 햇살이 얼굴에 닿지 않았다. 왜 누군가 비 오는 날 비자림에 꼭 가보라고 했는지 알 것 같았다.

비자림 비자나무에 열매가 열렸다

숲에서 1시간쯤 머물다 발길을 돌렸다. 다시 순환버스를 타고 동백동산습지센터로 갈 계획이었다. 그런데 시간 계산을 잘못하는 바람에 간발의 차이로 버스를 놓쳤다. 30분만 기다리면 다음 버스를 타고 예정대로 움직일 수 있었지만 썩 내키지 않았다. 한편으로 놓치길 잘했다 싶은 마음도 들었다.

건너편 정류장에서 용눈이오름 방향으로 가는 동부 관광지 순환버스를 탔다. 왔던 길을 거슬러 송당마을에서 내렸다. 아까부터 눈에 밟혀 ‘다음에는 여기 한번 가봐야지’ 하던 참이었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제주의 감귤은 일제히 노랗게 익어간다

송당리는 제주 마을 중 가장 많은 오름을 끼고 있는 마을이다. 제주 설화에 의하면 설문대할망이 치마로 흙을 나르면서 한 줌씩 놓은 것이 오름인데, 송당리에만 18개의 오름이 있다. 최근에는 마을 명소와 오름을 둘러보는 걷기 길이 생겼다. 송당 본향당과 소원나무 등을 만나고 안돌오름과 밧돌오름을 오르내리는 코스다.

하지만 송당마을에서 가장 하고 싶던 건 다름 아닌 ‘목적지 없이 골목 사이를 걷기’였다. 그저 발길 닿는 대로 느긋하게 구경하다가 마음 멈추는 곳에 앉아 차 한 잔 마시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송당마을에서 만난 할망. 햇볕에 바짝 말린 더덕 씨앗을 고르느라 허리 펼 새가 없다

낯선 골목을 걸으며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누군가의 삶을 상상하는 일은 늘 설렌다

큰길을 중심으로 좌우로 뻗어 나간 골목을 따라 어슬렁거렸다. 가끔 동네 개가 컹컹 짖었고 이따금 농기계의 엔진 소리가 들렸다. 제주 할망은 햇볕에 바짝 말린 더덕 씨앗을 고르느라 허리 펼 새가 없어 보였다. 제대로 된 한량 기질을 가진 어린 개는 그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벌러덩 누워 코까지 골아댔다.

따땃하게 데워진 바닥에 누워 늘어지게 낮잠을 자는 강아지

송당마을 웅스키친. 송당마을은 최근 젊은 이주민들이 하나둘 모이면서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마을은 차분했지만 차갑지 않았다. 길가를 중심으로 젊은 이주민들이 하나둘 모이면서 활기가 더해졌다. 오래된 제주 돌집을 고쳐 단장한 레스토랑이며 카페, 소품가게가 마음을 꼬드겼다. 마을회관은 기념품과 커피를 판매하는 공간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마을 구경을 마치고 가을빛 온화한 카페에서 차를 마셨다. 뒤뜰에 테이블이 있어서 요즘 같은 날씨에 찾기 좋은 곳이었다. 근처 숲에서 이는 보드라운 바람이 마음을 간질였다.

송당마을에 자리한 카페 친봉산장은 아이리시 커피가 맛있다

다시, 오름

제주에는 ‘오름에서 나서 오름으로 돌아간다’는 말이 있다. 제주인의 삶이 그만큼 오름과 가까이 닿아 있다는 뜻이다.

대천환승센터로 돌아가는 길, 이 말을 곱씹으며 아부오름에 올랐다. 아부오름의 ‘아부’는 아버지 또는 아버지처럼 존경할 만한 사람을 뜻하는 제주 방언이다. 송당마을과 당오름의 앞에 있는 오름이라 하여 ‘앞오름’이라는 이름도 가졌다.

숲길과 초원을 모두 만나는 아부오름

아부오름은 10분이면 너끈히 정상에 닿는다. 표지석 뒤로 보이는 가파른 길을 따라 단숨에 올라 굼부리(분화구) 앞에 섰다. 아부오름은 밖에서 보는 것보다 올라서 보는 깊이가 훨씬 더 깊었다. 움푹 팬 바닥에 원을 그리며 서 있는 삼나무 숲이 인상적이었다. 1999년 개봉한 영화 ‘이재수의 난’을 촬영할 때 심었다는데, 보면 볼수록 빠져드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

아부오름은 경사진 탐방로를 따라 10분만 오르면 정상이다

옴폭 파인 아부오름 분화구 안에 삼나무가 둥그렇게 심어져 있다

정상부 가장자리를 따라 한 바퀴 휘이 돌아보고는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이제 막 오름 군락을 벗어난 버스가 오고 있었다. 다시 거슨세미오름을 거쳐 대천환승센터로 돌아왔다. 오름을 걷고 달리며 바라보고 담았던 시간들이 삼나무 숲처럼 마음에 남았다. 오름에 흘리고 온 시간이 오름으로 돌아가는 순간이었다.

오름 꼭대기에 앉아 바람을 맞는 기분은 겪어보지 않으면 모른다


제주 관광지 순환버스 이용 방법

동부권 관광지 순환버스 810-1, 810-2

제주공항에서 110-1, 110-2, 120-1, 120-2 급행버스 탑승→대천환승센터로 이동 후 탑승

서부권 관광지 순환버스 820-1, 820-2

제주공항에서 150-1, 150-2, 181, 182 급행버스 탑승→동광환승센터로 이동 후 탑승

문의 064-746-7310 운행시간 8시 30분~17시 30분, 30분 간격 운행(점심시간에는 1시간 간격 운행)

※ 실시간 운행 정보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제주버스정보’에서 확인 가능(무료)

이용요금 성인 1150원, 청소년 850원, 어린이 350원 / 교통카드로 탑승 시마다 요금 부과

※ 급행버스 이용 요금 별도, 버스 내 무료 와이파이 서비스 제공

출처 한국관광공사

http://kto.visitkorea.or.kr/kor/notice/cheongsachorong/newest/choBoard/view.kto?instanceId=35&id=428906&edi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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