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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여행

한국관광공사 선정 '너와 내가 만드는 우리들만의 로드 무비' (부야한의원&태양인이제마한의원)

by 체질이야기 2019. 8. 29.

 

발행호 427 호

2012.08.31

너와 내가 만드는 우리들만의 로드 무비①

너와 내가 만드는 우리들만의 로드 무비

주인공은 너와 나. 각본도 없고 NG도 없는, 우리들만의 영화 만들기 여행.

글∙사진 박은경

첫 번째 영화 그녀의 치유 여행기 <제천>

이별의 상처를 입은 여자 주인공이 스스로를 가둔 방안에서 빠져 나와 여행을 통해 위안을 얻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

S#1 의림지에 과거를 묻다

왜 하필 제천에서 발길이 멈췄을까. 제천은 그를 처음 만난 곳이었다. 이렇게 된 이상 피하고 싶지 않았다. 찬란하게 빛나던 순간도, 상실의 아픔이 끊임없이 되풀이되던 시간도, 모두 다 이곳에서 털어버리고 싶었다.

가장 먼저 찾아야 할 곳은 의림지였다. 재작년 여름, 우리는 의림지를 무대로 펼쳐졌던 음악영화제에서 만나 서로를 알게 되었고, 그것을 인연으로 가을이 오기 전 연인이 되었다.

2년 만에 다시 찾은 의림지는 여전했다. 잔잔한 물결도, 수백 년을 훌쩍 넘긴 노송도, 운치 넘치는 정자도 변함이 없었다. 순간, 세상은 그대로인데 우리만 달라졌다는 유행가 가사가 비수처럼 머릿속을 파고들었다.

의림지는 김제의 벽골제, 밀양의 수산제와 함께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저수지라고 한다. 굳이 정확한 연대를 따져보지 않아도 제방 위에 조성된 소나무와 버드나무 숲이 그 깊은 세월을 말해주고 있었다. 그러고 보면 인생이란 자연에 견줘 찰나에 불과하거늘, 우리는 왜 그리 자주 만나고 헤어지고 아파하고 슬퍼해야만 하는 건지.

기분 전환을 위해 평소 좋아하는 음악을 귀에 꽂고 산책에 나섰다. 의림지에는 가장자리를 따라 2km 정도 산책로가 조성돼 있는데 호젓하게 경치를 만끽하며 걷기에 제격이다. 또 길 중간 즈음에서 시원하게 쏟아지는 인공폭포는 잠시 쉬어가기에 좋았다.

사실 의림지에는 지금의 평화로운 풍경과는 어울리지 않는 한 가지 전설이 전해진다. 원래 이곳에는 저수지 대신 대궐 같은 부잣집이 있었다고 한다. 어느 날 시주를 나온 스님이 이 집을 찾았는데 인심 고약한 집주인이 쌀이 아닌 거름 한 삽을 주었고, 이를 본 며느리가 쌀을 가져다주며 시아버지의 잘못을 대신 빌었다고 한다.

이에 스님은 곧 천둥과 바람이 칠 터이니 산속으로 피하되 절대로 뒤는 돌아보지 말라고 며느리에게 귀띔했다. 잠시 후 비바람이 몰아치기 시작했고, 며느리는 아이들 걱정에 그만 뒤를 돌아보고 말았다. 그 순간 며느리는 돌로 변하고 집이 있던 자리는 땅속에 묻혔는데, 그 자리에 물이 고여 지금의 의림지가 되었다고 한다. 또 며느리가 변한 바위는 우리나라 3대 악성의 하나인 우륵 선생이 가야금을 타던 제비 바위(연자암)라 전한다.

안타까운 전설을 곱씹으며 느릿느릿 걷기를 1시간. 어느새 한결 편안한 마음으로 의림지를 즐기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도처에서 불쑥불쑥 나타나던 그의 모습은 사라지고, 울컥거리던 마음은 잔잔한 수면만큼이나 차분해졌다. 그렇게 오랜 시간 나를 괴롭히던 문제들이 하나 둘 수면 아래로 가라앉고 있었다.

S#2 시린 마음에 봄빛을 물들이다

의림지를 벗어나 청풍호 유람선 선착장으로 방향을 잡았다. 내친김에 훨씬 더 너른 호수에 묵은 마음을 몽땅 비우자는 계산이었으나, 예상치 못한 곳에서 그만 발길을 멈추고 말았다.

청풍문화재단지 앞에 들어선‘박정우 염색 갤러리’는 내 관심을 돌리기에 충분했다. 색색의 테두리를 두른 간판도 눈에 띄었지만, ‘염색’이라는 글자에서 풍기는 막연한 화려함에 먼저 마음이 쏠렸다.

한참을 기웃거리다 갤러리 안으로 들어갔다. 그곳은 화사한 기운으로 가득했다. 작가가 손수 물들이고 일일이 바느질하여 만든 생활소품 하며 몽환적인 바탕에 섬세한 붓 터치로 그림을 그려 넣은 작품들이 꽃처럼 피어있었다.

갑자기 하나쯤은 나를 위해 선물하고 싶어졌다. 사실 지난 몇 달간 스스로에게 무심했었다. 아니 방치했다는 말이 더 맞겠다. 눈까지 덮인 머리카락에도 큰 불편을 느끼지 못할 만큼 가꾸고 꾸미는 일련의 과정이 부질없이 느껴졌으니 말이다.

마음에 드는 소품을 고민하던 중 한쪽에 쓰인 ‘염색체험’이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관장님께 여쭤보니 원래는 단체객을 위한 체험이지만 갤러리에 손님이 많이 들지 않는 시간에는 1인 체험도 가능하단다.

관장님의 친절한 설명에 따라 염색체험에 나섰다. 하얀 실크를 물에 살짝 적시고 실로 묶은 다음, 마음에 드는 염료를 콕콕 찍어 무늬를 만드는 홀치기염이었다. 보라며 분홍이며 파란색 물방울들이 순백의 천을 타고 스르륵 번져나가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배시시 웃음이 새어나왔다. 그렇게 내 마음에도 봄빛이 물들고 있었다.

염료가 마를 동안 아래층을 둘러보기로 했다. 아래층은 작업실과 염색체험실, 무인카페로 꾸며져 있었다. 무인카페에서는 1000원만 내면 차를 자유롭게 마시며 쉬었다 갈 수 있었다. 테이블도 일반 카페 못지않게 여러 개를 갖추고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발코니 옆자리가 제일 인기가 좋았다.

나도 커피 한 잔을 만들어 자리에 앉았다. 맑은 강바람과 아름다운 산수를 벗 삼아 차 한 잔을 들이켜니 얼음장 같던 마음이 사르르 녹아내리는 기분이었다.

S#3 그래, 난 혼자가 아니야

갤러리에서 나와 계획대로 청풍호 유람선을 타려다 최근 관광 모노레일이 새로 생겼다는 소식에 방향을 틀었다. 잔잔하고 유유자적한 시간도 좋지만 내겐 좀 더 신나고 활동적인 무언가가 필요했다.

표지판을 따라 굽이굽이 차로 15분 정도 달려가니 거짓말처럼 모노레일 탑승장이 나타났다. 운영을 시작한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았다는데, 예상보다 탑승객이 많아 조금 기다려야 했다.

30여 분이 지나자 드디어 내 앞에도 주황 빛깔 모노레일이 미끄러져 들어왔다. 1회 탑승 인원은 총 6명. 나는 맨 뒤쪽에 자리를 잡고는 손잡이를 꼭 쥐었다.

모노레일은 비봉산(해발 531m) 입구에서 정상의 활공장까지 2.94km가량 이어졌다. 소요시간은 20여 분. 천천히 운행돼 편하면서도 군데군데 꽤 가파른 구간이 있어 스릴까지 느껴졌다. 무엇보다 스르륵 숲을 헤치고 산길을 오르는 맛이 최고였다. 다듬어지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나무며 풀도 일품이고, 간간이 들리는 이름 모를 새의 지저귐도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특히 정상에 거의 도착할 무렵 오른쪽으로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는 청풍호의 비경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게다가 이 모든 것을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도 누릴 수 있다니, 이보다 더한 호사가 있을까.

하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모노레일에서 내려 전망대로 이어지는 나무 계단을 올라가자 말문이 턱 막히는 풍광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청풍호는 바다 못지않은 너른 가슴을 내어주었고, 호수를 둘러싼 산세는 헛헛한 마음을 감싸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넉넉하면서도 포근한 것이 마치 엄마 품에 안긴 듯 한없이 따스했다.

S#4 기운이 있어야 다시 시작하지

곪은 상처를 도려낸 탓일까. 갑자기 허기가 밀려 왔다. 애초에 무얼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없었던 까닭에 일단 시내 쪽으로 향했다.

유난히 주차장이 붐비는 초록색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약초밥으로 유명한 대보명가였다.‘ 크게 보하고 밝게 가꾼다’는 이름부터 내 맘에 쏙 들었다.

손님들이 가장 많이 찾는다는 약초밥상을 먹기로 했다. 갖가지 산야초로 만든 20여 가지 밑반찬에 찌개, 불고기, 효소 음료까지 더해진 푸짐한 정찬이었다. 인공 조미료를 일절 넣지 않고 우리나라 전통 방식으로 만든 장과 천연조미료만 사용해 만든다는데, 심지어 맛까지 좋았다.

밥은 남자용과 여자용으로 따로 구분돼 있었다. 남자는 기를 북돋아 주는 인삼, 백출 등을 쓰고 여자는 혈을 보해주는 당귀, 천궁 등을 쓴단다. 그래서 색도 다르다는데, 옆 테이블을 힐끔 쳐다보니 남자보다 여자 밥이 훨씬 진한 빛깔이었다.

몸에 좋은 약초 때문인지 온몸에서 기운이 솟고 행복해졌다. 그러고 보니 한동안 소소한 행복을 잊고 살았다. 묵묵히 내 옆을 지키는 이들에 대한 고마움도 몰랐었다.

이별은 분명 아팠다. 흉터도 분명 남을 테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행복이 있으니 이제는 툭툭 털고 일어서야겠다. 그 누구도 아닌 나를 위해.

그녀가 선택한 제천 여행지

의림지: 충북 제천시 모산동 238-16

문의: 043-651-7101(의림지 관광안내소)

박정우 염색 갤러리: 충북 제천시 청풍면 읍리 22-5

운영시간: 10시30분~18시(매주 월요일 휴관)

요금: 관람료 무료

※염색체험 롱 실크스카프 3만원, 쁘띠 목 실크스카프 1만5000원(1시간~1시간 30분 소요, 사전 예약 필수)

문의: 043-644-4051

청풍호 관광 모노레일: 충북 제천시 청풍면 도곡리 114

운영시간: 9시~18시(17시까지 탑승 가능), 주말에는 탑승객이 많아 표가 매진될 수 있으므로 사전 확인 필수(2012. 8월 현재 예약 불가)

탑승요금(왕복): 어른 및 청소년 8000원, 65세 이상 12세 미만 6000원

문의: 010-4598-3426

대보명가: 충북 제천시 신월동 200

운영시간: 11시~22시(15시~16시 휴식, 명절 휴무)

메뉴: 약초정식 1만2000원(1인 기준, 1인 주문 가능)

문의: 043-643-3050

출처 한국관광공사

http://kto.visitkorea.or.kr/kor/notice/cheongsachorong/newest/choBoard/view.kto?instanceId=35&id=416376&edi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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